[정책 인터뷰] 강성호 한국인문사회연구소협의회 초대 회장 “인문학 없는 이공계 발전, 생각하기 어려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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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495회 작성일 23-11-06 1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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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문사회분야 연구소 인프라 조성 목표
‘전국대학중점연구소협의회’→‘한국인문사회연구소협의회’ 명칭 변경
“인문사회 예산 전체 R&D의 2% 수준까지 확대돼야”
“균형 잡힌 시각 갖기 위한 인문사회 교육 필요성” 강조
교육부 존재 이유 ‘과학 인재 공급’으로 규정한 윤석열 대통령 발언, 융합이 추세인 세계적 흐름에 역행
한국인문사회연구소협의회 초대 회장(순천대 사학과 교수). (사진=본인 제공)[한국대학신문 장혜승 기자] “애플의 창의적인 IT제품은 기술과 인문학의 교차점에 서있기 때문에 가능했다.”
지난 2010년 아이패드를 발표할 때 스티브 잡스가 한 말이다. 인문학의 중요성을 강조한 스티브 잡스의 말을 굳이 되새기지 않더라도 창의적 사고의 원천을 제공하는 인문학적 소양은 교육의 핵심 요소 중 하나다. 인텔 등 첨단 기술로 무장한 IT 기업들이 인문학을 접목하기 위해 다양한 시도들을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한국의 현실은 정반대다. 2021년 전체 연구개발(R&D) 예산 가운데 인문사회분야 비중은 1.2%였다. 올해 전체 R&D 예산은 늘어났지만 인문사회분야 예산이 정체되면서 비중이 1%로 더 줄었다. 최근 윤석열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과학기술 인재를 육성하지 못한다면 교육부는 폐지돼야 한다’고 교육부를 압박하면서 인문사회 분야에 대한 소외가 더 심화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기도 했다.
이에 대해 강성호 한국인문사회연구소협의회 초대 회장(순천대 사학과 교수)는 인문사회와 이공분야의 융합이 세계적 추세인 흐름에 역행하는 발언이라고 진단했다. 한국인문사회연구소협의회는 한국인문사회분야 연구소들이 발전할 수 있는 연구 인프라 조성을 목표로 지난 4월 전국대학중점연구소협의회가 명칭을 바꾼 단체다. 강 회장을 만나 인문사회와 이공 분야 융합의 의미를 들어봤다.
- 최근 윤석열 대통령이 교육부의 존재 이유를 ‘과학 인재 공급’으로 규정했는데.
“4차 산업혁명이 확산되면서 인문사회분야와 이공분야의 융합은 세계적 추세다. 인문학 없는 AI 산업발전은 생각하기 어렵다. 예를 들어 언어학에 대한 이해 없이 인공지능 프로그램을 개발하기 어렵다. 따라서 교육부의 존재 이유를 ‘과학 인재 공급’에만 한정하려는 것은 이러한 세계적 추세에 역행하는 것이다. 또한 대한민국 교육은 과학인재뿐만 아니라 교육기본법 2조에서 규정한 “모든 국민으로 하여금 인격을 도야하고 자주적 생활능력과 민주시민으로서 필요한 자질을 갖추게 하는 것”도 담당해야 한다. 따라서 과학인재 공급만 지나치게 강조하는 것은 이에 어긋나는 것으로 재고할 필요가 있다.”
- 인문사회분야가 교육에서 중요한 이유는.
“인문사회분야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창의적 사고의 원천을 제공한다. 코로나19를 성공적으로 극복하고 선진국 반열에 올라선 한국에서 ‘한국형 선진국 모델’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 또 이공분야 선도 연구자들과 리더들은 인문사회분야 교육을 제대로 받아야 균형잡힌 시각을 가지고 과학기술 연구와 확산을 이끌어갈 수 있다. 이러한 균형잡힌 접근이 과학기술발전을 지속가능하게 만드는 힘이 될 수 있을 것이다.”
- 전국대학중점연구소협의회가 지난 4월 명칭을 ‘한국인문사회연구소협의회’로 바꾼 이유와 의미도 같은 맥락인지.
“두 가지 이유가 있는데 먼저 협의회에 참가하는 인문사회연구소의 비중이 커졌기 때문이다. 전국대학중점연구소협의회는 작년 2월 대학중점연구소 35개를 중심으로 출발했다. 현재 인문사회연구소 32개가 합류해 67개 연구소가 활동 중이다. 곧 인문사회연구소가 협의회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더 커지게 된다. 두 번째로는 협의회가 활동하면서 한국의 인문사회분야 연구소를 대표하는 위치를 지니게 됐다. 따라서 이번에 ‘전국’을 떼고 한국을 대내외적으로 대표한다는 의미에서 ‘한국’이라는 명칭을 붙이게 됐다.”
- 협의회는 어떤 일을 하는 단체고 향후 목표는 어떻게 되나.
“협의회는 한국 인문사회예술분야 연구소 간 협력을 통한 학문 연구의 효율성 제고 및 성과교류 확산을 목표로 한다. 협의회는 한국연구재단으로부터 지원을 받는 사업 가운데 인문사회과학 분야의 연구를 담당하는 HK+사업, SSK사업과 비교해 인문사회과학과 예술분야까지 포함해 인문사회연구 분야 가운데 가장 많은 67개 연구소가 참여하고 있다. 대학 내 인문사회연구소뿐만 아니라 대학 밖 연구소들도 포함하려 한다. 한국인문사회분야 연구소들이 세계적인 수준으로 발전할 수 있는 연구 인프라 조성을 목표로 한다.”
- 지난해 8월에 한국인문사회총연합회(인사총)와 협의회가 공동으로 국가연구개발혁신법 개정 지지선언을 했는데 여전히 전체 R&D 사업 중 인문사회분야의 예산은 1.2%에 불과하다.
“2021년 전체 R&D 예산중에서 인문사회분야 비중이 1.2%였는데 2022년 전체 R&D예산이 늘어나고 인문사회분야 예산이 정체되면서 비중이 1%로 더 줄었다. 인문사회분야 비중이 지속적으로 축소되면서 세 가지가 큰 문제로 대두된다. 첫째, 인문사회분야 연구 여건이 열악하다 보니 후속세대가 진입하지 않고 이로 인해 후속세대 육성이 갈수록 더 어려워지고 있다. 둘째, 연구지원규모가 적다 보니 연구수혜율이 떨어짐에 따라 연구분위기가 위축되면서 다양하고 새로운 연구성과 배출이 어려워지고 있다. 셋째, 연구지원 축소로 안정적이고 지속적인 연구가 어렵다 보니 세계적 수준의 연구성과도 나오기 힘들다. 인문사회분야 예산은 2009년 한국학술진흥재단과 과학재단이 한국연구재단으로 통합된 뒤 10년 넘게 정체됐다. 향후 5년 동안 매년 20%씩 성장해 전체 R&D의 2% 수준까지 확대돼야 한다.”
- 새 정부의 고등교육 정책에 대해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윤석열 정부 인수위원회는 고등교육분야의 구체적인 정책을 제시하지 못했다. 한국은 초‧중등교육에서는 OECD국가에서 상위권에 속해있다. 이에 비해 고등교육 재정지원은 OECD 국가 평균 1.1%의 절반인 0.6%에 불과하다. 이를 빠르게 OECD 국가 평균 수준 이상으로 올려야 한다. 고등교육의 핵심적인 부분은 대학교육과 학술연구다. 대학교육은 장기간에 걸친 등록금 동결로 균형 발전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학술연구도 응용연구에 집중돼 이공분야와 인문사회 기초연구분야가 정체되고 있다. 특히 인문사회 기초연구분야의 지원부족은 심각해서 새 정부에서 이 부분을 집중 보완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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