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와 지구촌 거대 위기에 대학연구소 대응력을 높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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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865회 작성일 24-03-13 1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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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정론_ 이형대 논설위원 / 고려대 국어국문학과 교수
이형대 논설위원 / 고려대
올해의 국가 R&D 예산이 전반적으로 삭감되는 가운데 인문사회분야 학술연구지원사업 예산은 오히려 지난해보다 48억 원이 늘어난 4천220억 원으로 책정됐다고 한다. 이 분야의 연구자들은 환영할 만한 일이지만, 시야를 넓혀 서구 선진국들과 비교해 본다면 아직 턱없이 부족하다는 점도 직시할 필요가 있다. 전체 R&D 예산 가운데 인문사회 분야가 차지하는 비율로 견주어 보자면 한국이 1%를 약간 상회하는데 비해서 미국은 10.3%, 독일이 8.3%, 영국이 5.1%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빈약한 예산 가운데 그나마 다행스러운 점은 인문사회 기반의 융합연구 지원사업이 신설되고 사회과학연구지원에서도 글로벌 아젠다 연구과제에 대한 예산이 책정됐다는 점이다. 기후 재난·에너지 위기·난민 문제 등 지구적 차원에서 발생하는 거대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지구촌 차원의 협력과 지혜가 요청되기 때문이다. 한국이 선진국 반열에 들어섰다면 지구촌의 문제 해결에도 선도적으로 개입해야 마땅할 터이다.
또한 우리 사회가 직면한 난제들도 만만치 않다. 세계 최저의 출산율과 급속한 고령화, 지방 소멸, 양극화 등 당장 해결하지 않는다면 암울한 미래로 이어질 위기가 매우 심화될 것이다. 정년 후 시골에 집을 짓고 느긋하게 학문 생활을 이어가려던 어느 선학이 정착 후 2년 만에 주변 노인들이 세상을 떠나고 빈집이 늘어가자 홀로 남겨지리라는, ‘전원생활의 공포’를 느꼈다는 얘기가 실감나게 다가오는 현실인 것이다. 이를 어떻게 풀어야 할까?
프랑스의 사례를 들어보기로 한다. 최근의 조사 발표에 따르면, 프랑스 국립과학연구원(CNRS)은 2019년에 건강과 환경, 미래의 영토, 인공지능, 기후 변화, 교육 불평등이라는 국가적 차원의 6대 과제를 제시했다. 이 기관 산하의 프랑스 인문사회과학연구소가 대형 공동프로젝트 과제(UMR)를 관리하면서 각 대학의 인문사회연구소 통합센터(Huma-num)를 통해 6대 과제 영역에 해당하는 다양한 주제의 프로젝트를 수행하게끔 하고 있다. 이와 같은 시스템은 국가 산하의 연구기관을 통해 대학연구소 소속의 우수한 연구자원을 국책 과제로 집중시키는 구조이다.
한국연구재단의 2021년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 4년제 대학의 부설연구소는 5천397개가 있으며, 여기에 소속된 전임연구원 수는 4천935명이다. 그런데 이 연구소들에서 개최하는 학술대회나 학술행사의 개최 건수는 연간 평균 1.2건 정도이다. 이처럼 빈약한 실적은 부실한 연구소가 많은 탓인데, 정작 더 큰 문제는 인프라를 제대로 갖춘 연구소조차도 수행할 과제가 없어 개점 휴업인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교육부와 한국연구재단이 새롭게 시작한 융합연구과제지원과 대학간 컨소시엄 형식의 융합인재양성 사업의 경험을 바탕으로 국가와 지구촌의 난제 해결을 위한 메가 프로젝트를 기획하여 대학연구소의 우수한 연구역량을 최대한 끌어모을 필요가 있다.
이형대 논설위원
고려대 국어국문학과 교수
고려대 문과대학 학장과 민족문화연구원 원장을 지냈다. 현재는 한국인문사회연구소협의회 상임이사를 맡고 있다.
출처 : 교수신문(http://www.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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